나는 글을 쓰는 것을 힘들어하는 편이다. 특히 실제 사건을 나열하는 일기 형식의 글을 쓰는 것을 많이 어려워한다. 글을 쓸 때 남들처럼 술술 써내려가지 못하고 한문장 한문장씩 고민을 해 가며 나름 정성들여 쓰려고 하긴 하는데, 이때 나도 모르게 원인과 결과 관계를 분명히 해 연쇄적으로 써내려가는 패턴이 나오곤 한다. 모든 걸 빠짐없이 작성해야 한다는 무의식 속 강박관념의 영향을 받아서 그러는 것 같은데, 이러한 글쓰기는 사건을 자세히 파악하는 데에는 좋지만 다소 장황한 구조로 읽는 사람을 피로하게 한다.
최근 동아리 모임 일지를 정기적으로 포스팅하면서, 일기 형식의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천 자 정도의 글을 쓰면서 반나절을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이 말도 안 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것 저것 시도해 보다가 효과적인 해결책을 발견했다. 바로 unordered list를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글을 쓸 때 unordered list를 이용하는 것과 문단을 나누는 것의 실질적인 차이는 별로 없지만, 연결되지 않아도 괜찮은 내용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신시켜 주면서 앞 문단과 이어지게 작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는 것 같다. 놀라운 점은, 작성을 마치고 난 후에 불릿을 떼내어 이를 각각의 문단으로 만들어도 읽는 데에 어색함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읽는 사람이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불필요한 인과관계를 제거해 주어 보다 명료한 하나의 글을 탄생시킬 수 있게 해 준다.
강박관념으로 인해 글쓰기가 어렵다는 개인적인 문제이고, 단순히 불릿이 있고 없고의 차이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해결책을 한번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