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 3일차 일지 (160525)

지난 주 금요일에 받기로 한 책의 배송이 자꾸 미뤄져 모임이 있기 하루 전날인 24일 오후에서야 책을 받아 나눠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인터넷 서점이 아닌 학교 측 경로를 이용하여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주에 예고한 대로 각자 교재를 공부해 온 다음 스터디해야 했지만, 책을 어제 받았기에 그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까지만 내가 다음 챕터를 강의하기로 했다.

1학년의 수행평가 시즌이 겹쳐 모임에 늦을 것 같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기다리는 동안 지난 주의 내용들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교재의 예제 프로그램을 작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체로 printf 함수의 기본적인 사용법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중 일부는 서식 문자 %d를 이용해 문자열을 포맷팅하는 방법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서식 문자가 포맷팅되는 원리나 그 필요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던 듯 하다. 지금 배우는 것들이 실제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의 원동력이 되곤 하는데, 다음부터는 이러한 것들을 알려주면서 진행해야겠다.

예제 작성을 끝내고 잠깐 쉬던 중, 몇몇 친구들은 지난 시간에 알려 주었던 변수의 덧셈 연산을 기억해 내어 먼저 이를 시도해 보고 있었다. 우리 동아리 부원들이 능동적이거나 의지가 있는 편은 아닌데 (사실 우리 학교 자체의 분위기가 이렇다.), 이러한 친구들이 우리 학교에 있다는 것에 감동받았다.

잠깐 샛길로 빠져 동아리의 분위기에 대해 얘기하자면, 의지나 능동적인 면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고 정말 많이 고민을 하는 부분이다. 내가 바랐던 동아리의 모습은 아직 배우지 않았어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 몰래 읽어올 정도로 알고자 하는 의지가 넘치는 그런 동아리였는데, 다들 잠깐만 시간이 나도 유튜브나 웹툰을 보는 모습에 많이 우울했다. 인원을 너무 많이 뽑았나 싶기도 하고, 상호 소통이 힘든 경직된 전산실의 구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음 같아서는 넓은 테이블에 다 같이 둘러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 각자 노트북을 가져오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지금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체되었고 빠진 아이들도 있어 더 이상 진행하긴 힘들었다. 그래서 남은 시간에는 앞으로의 동아리 진행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젠 교재도 받았으니 다음 시간부턴 각자 C언어 교재를 일정 분량 읽어온 후, 궁금한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스터디하기로 했다. 이것도 보다 능동적인 동아리로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생각해 낸 것이다. 그러한 모임 속 나의 역할은 교재에서 미쳐 설명하지 못한 작동 원리를 알려주는 것으로 정했다.

드디어 무언가 같이 해볼만 한 친구를 찾았다. 동아리 지원금으로 자신의 NAS를 구입하면 안 되겠냐는 장난 섞인 말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계속 대화하면서 나랑 취향도 비슷하고 큰 일(?)을 벌리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특히 나랑 똑같게도 디미고에 지원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러고선 자신도 디미고의 동아리들처럼 동아리의 이름으로 앱을 개발해 보고 싶다고 하길래, 내가 동아리 지도 선생님께 받은 이것이 자바다라는 책을 선물로 주었다. 그리하여 여름방학까지 친구는 자바를, 나는 iOS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서 2학기에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구상, 연내에 앱을 출시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마침 1학년에도 C언어를 포인터 전까지 공부했다는 후배가 있어 동아리 선생님께 부탁드렸더니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읽으시려고 한 권 더 구입하셨던 자바 책을 흔쾌히 주셨다. 그래서 다음 시간부터 그 친구와 후배는 같이 자바를 스터디하기로 했다. 정말 무언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