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뮤직 출시에 대처하는 국내 음원 업체들의 자세

2016년 8월 5일, 애플 뮤직이 여러 난관을 뚫고 한국에 서비스를 개시했다. 토종 업체들이 음원 서비스를 지배하고 있었던 기존의 음원 시장에선 이례적인 사건으로, 국내 음원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로엔엔터테인먼트, CJ E&M, KT뮤직과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하게 출시하는 바람에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다. 애플 뮤직이 출시된지 3일 째인 8월 8일 오늘, 주요 음원 서비스 업체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재밌는 패턴을 발견하여 이를 포스팅해 본다.

  • 네이버 뮤직: 가장 열심히 대처해 온 것으로 보인다. 3년 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iOS용 앱 UI를 애플 뮤직 출시 이틀 전날, v4.0.0 업데이트를 통해 대대적으로 갈아엎었다. 평소에는 안드로이드 앱을 우선으로 메이저 업데이트를 배포해왔던 네이버 뮤직 팀의 행보를 고려해 보면, 이번 업데이트는 애플 뮤직에 대비한 것이라고 충분히 볼 수 있을 듯. 큐레이팅 서비스도 올해 초에 출시했던 JAMM을 통해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벅스: 애플 뮤직이 출시되고 난 뒤 4일 째인 8월 8일, iOS 앱의 v4.4.0 업데이트를 통해 전체 UI 구조를 좀 더 iOS의 음악 앱에 가깝게 개선했다. iOS용 벅스 사용자들이 벅스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가 iOS의 음악 앱 UI와 유사한 느낌을 주어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모자라 또 업데이트를 내놓은 것에 대해 칭찬하고 싶다.
  • KT뮤직: 출시 당일 반나절 동안 애플 뮤직에 음원들이 존재했었으나 출시된지 하루도 안 되어 애플 뮤직에서 사라졌다. 확인된 사실은 없지만 출시 전 로엔과 함께 계약에 난항을 맞고 있던 업체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8월 8일 오후 9시 현재까지도 음원이 검색되지 않고 있다.
  •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서비스나 UI를 개선하는 것 대신 일단 자사 음원을 애플에 제공하지 않은 후 언플을 한다. “애플 뮤직의 가격은 상시 할인 체계라 창작자들이 손실을 볼 것이다”라는 출시 전 언플1과는 상반되게 갑자기 천만 곡을 확보했다고 자랑하며 69%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음악을 소비할 때 스트리밍으로 듣지 않고2 음원 사이트에서 MP3 파일을 내려받은 뒤 아이튠즈 보관함에 추가하여 듣는 스타일인데, 애플 뮤직을 항상 기다려왔던 나에게 이런 소식은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원이 부실해 아직까지는 가입을 보류하고 있다. 하루빨리 나머지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여 국내 업체들이 제대로 된 경쟁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유통사들의 말도 안 되는 언플. 애플에서는 국내 음원 서비들과 다르게 할인 체계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그들이 말하는 ‘상시 할인’은 사실 ‘학생 할인’으로, 서비스 중인 100여개의 국가들 중 7개 국가에서만 가입 가능한 플랜이며, UNiDAYS 같은 학생 할인 서비스가 없는 한국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는 내용이다. 참고로, KT뮤직의 지니에서는 청소년 KT 가입자에게 지니팩을 50%의 가격으로 제공하는 ‘청소년 지니팩’ 플랜을 판매하고 있다. 

  2. 스트리밍 앱들의 퀄리티 때문이다. 그나마 벅스나 네이버 뮤직은 조금 나은 편.